유럽 배터리 산업의 상징, 노스볼트(Northvolt)의 파산과 그 파장
2025년 3월, 스웨덴의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Northvolt)**가 스톡홀름 지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럽 배터리 산업 자립의 상징으로 주목받던 노스볼트가 무너진 배경에는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1. 유럽형 배터리 전략의 기대주였던 노스볼트
노스볼트는 2016년 설립 이후 약 15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며, 유럽이 아시아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파나소닉, CATL,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주도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 대응해, 독일의 폭스바겐을 비롯한 다양한 유럽 기업들이 공동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생산 지연, 운영 효율 저하, 그리고 글로벌 경쟁 심화 등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면서 노스볼트의 경영은 점점 어려워졌다.
2. 파산 신청의 배경
2024년 말부터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텍사스 남부 연방법원에 챕터 11 파산보호를 신청한 데 이어, 2025년 3월에는 본사가 있는 스웨덴 법원에도 파산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다음은 주요 원인이다:
- 과도한 부채 구조: 부채 규모는 약 58억 달러에 달했으며, 수익 창출 이전에 막대한 자금이 운영비로 소진되었다.
- 생산 지연: 스웨덴 셀레프테오 공장에서의 기술적 문제로 대규모 배터리 양산이 지체되었다.
- 경쟁 심화: CATL, BYD,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아시아 제조사의 가격 경쟁력과 품질 안정성에 밀렸다.
3. 유럽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노스볼트의 파산은 단순한 기업 실패를 넘어, EU의 산업 전략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다. 유럽은 2030년까지 배터리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기가팩토리(Gigafactory)'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으나, 이번 사태로 계획 전반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 공급망 재정비 필요: 전기차 제조사들은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으며, 아시아 의존도는 다시 증가할 수 있다.
- 정책 재검토: EU 차원의 보조금 정책, 규제 프레임워크, 기술 표준 등이 수정될 수 있다.
4. 향후 전망
노스볼트는 일부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법원의 관리 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독일과 북미 자회사는 아직 파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일부 핵심 기술 및 인력은 타 기업에 인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 사태는 단순한 기업 리스크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첨단 산업 육성에 있어 민간과 공공의 역할, 기술 확보력, 시장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노스볼트의 사례는 단순한 기업 실패가 아니라, 유럽 산업 전략과 글로벌 배터리 생태계의 균형을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다. 전기차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각국의 산업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수정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