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2년 전만 해도 주식 시장과 산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키워드는 단연 '이차전지'와 '전기차'였습니다. 영원히 우상향 할 것만 같았던 이 시장이 최근 들어 차갑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동화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고,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단순한 "유행의 끝"일까요, 아니면 더 큰 도약을 위한 "성장통"일까요?
그 해답은 '캐즘(Chasm)' 이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제프리 무어(Geoffrey Moore)가 제창한 '캐즘(Chasm)' 이론에 따르면, 첨단 기술 제품이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단절 현상이 발생합니다. 지금의 전기차 및 이차전지 시장이 바로 이 깊은 계곡, '캐즘'에 진입했습니다.
왜 지금 캐즘이 찾아왔을까요?
캐즘은 기업들에게는 혹독한 겨울이지만, 산업 전체로 보면 부실한 거품을 걷어내는 '필터'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기대감만으로 올랐던 기업들은 도태되고,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진짜'들만이 살아남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업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지금의 정체 현상 때문에 "전기차 시대는 오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성급합니다.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Net Zero)은 전 세계적인 합의이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내연기관의 종말은 시기의 문제일 뿐, 방향성 자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과거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 초기의 신기함이 지나고 배터리 수명, 데이터 요금 등의 문제로 잠시 주춤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성숙하고 인프라가 깔리자 폭발적인 대중화가 일어났습니다.
이차전지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의 캐즘 구간을 건너는 다리는 **'가격 인하'**와 **'충전 편의성 개선'**입니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 시장은 J커브를 그리며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투자자나 업계 관계자라면 지금의 하락세를 단순히 공포로 받아들이기보다, 긴 호흡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비관론자는 명성을 얻고, 낙관론자는 돈을 번다."
캐즘은 영원한 침체가 아닙니다. 대중화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입니다. 지금은 화려한 뉴스 헤드라인보다는 기업들이 이 혹한기를 버텨낼 기초 체력(기술력,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할 때입니다. 겨울이 깊을수록 봄은 더 찬란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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