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 '노스볼트' 자회사 파산...국내 장비업계 '비상'

노스볼트 스웨덴 셸레프테오 공장 전경

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가 추진했던 스웨덴 공장 확장 프로젝트가 자금 문제로 중단되면서, 이를 지원하려던 배터리 제조 장비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 확장 라인에 들어갈 여러 장비 공급 계약의 잔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외 장비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노스볼트 자회사 파산 신청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노스볼트의 자회사인 **노스볼트 에트 익스펜션 AB(Northvolt Ett Expansion AB)**는 지난 8일(현지 시각) 파산을 신청했다. 이 자회사는 스웨덴 스켈레프테오에 위치한 노스볼트 에트 배터리 셀 공장의 확장을 책임지고 있었으나, 9월에 확장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재정적인 압박을 견디지 못해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해당 프로젝트는 공장의 생산 능력을 세 배로 늘리려는 계획의 일환이었으며, 노스볼트의 성장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사업이었다.

 

노스볼트의 재정적 압박

 

노스볼트의 파산은 회사가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의 일부로 분석된다. 유럽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하면서 경영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며, 특히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노스볼트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같은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고 있으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과 같은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삼원계 배터리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럽 내 전기차 수요 둔화도 노스볼트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한 전기차 수요는 확장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게 했고, 이는 자회사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장비업체들에 미치는 영향

 

노스볼트의 확장 프로젝트 중단은 배터리 제조 장비를 공급하려던 장비업체들에게도 큰 타격을 입혔다. 특히 SFA와 같은 국내 장비업체들은 공장 확장을 위해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번 파산으로 인해 계약 이행이 불투명해졌다.

 

SFA는 11일 공시를 통해 기존에 체결된 이차전지 제조 장비 공급 계약 2건이 중지됐다고 발표했다. SFA는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약 1억3650만 달러(약 1832억 원)와 1억6136만 달러(약 2165억 원) 규모의 계약을 확보했으나, 이번 계약 중지로 인해 상반기 말 수주잔고에서 약 1600억 원이 제외된 9900억 원 규모로 축소됐다.

 

SFA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채권 회수 전략을 모색 중이다. “일정 부분 피해는 불가피하겠지만, 국내외 법무법인들과 협업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납품을 위해 일부 비용이 투입되었으나 선수금 30%를 수취했고, 제작을 중단한 재고자산은 타 고객사에 납품하는 방안을 고려해 손실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장비업체들도 위기

 

SFA 외에도 **씨아이에스(CIS)**와 이노메트리도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다. 씨아이에스는 2022년 6월 두 건의 전극 공정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각각 중도금 70%와 선수금 20%를 수취한 상태다. 또한, 2023년 3월 체결한 계약에서도 일부 선수금을 받은 상황이지만, 이번 파산으로 인해 향후 계약 이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노메트리도 2022년 12월 약 770만 유로 규모의 이차전지용 X-ray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 중 약 308만 유로만 수취한 상태다. 이노메트리는 “계약 상대방의 파산 절차에 따라 법정관리인과 추가적인 채권 회수와 승계 등을 적극 협의해 잔여 채권 회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전망

 

노스볼트의 확장 중단과 자회사의 파산은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술력과 자금력의 차이가 노스볼트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